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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주년을 맞아...
결혼에 대한 내 생각을 단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결혼이라는 수단으로 밖에 같이 있을 수 없는 한 사람을 만난다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하지만 나는 자금처럼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소유하게 되는 결과가 되는 결혼이라는 수단이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 시점에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거지만 10년, 20년 후에는 반드시 변할 거라고 생각한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소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처럼 1처 다부제가 되든가 다처 다부제가 되든가 둘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1) 같이 사는 것도, 2)재산을 공유하고 그걸 적절하게 후손에게 남겨주는 것도 결혼제도를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와 진산은 1)번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결혼하긴 했지만 별로 결혼하고 싶어하진 않았다. 나는 결혼 혐오자였고 진산은 나보다 더 한 결혼 혐오자였기 때문에. 진산이랑 연애한지 1년쯤 됐을 때 난 진산에게 결혼하자고 했다. 결혼하지 않으면 헤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연애란 자전거 타기와도 비슷해서 계속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쓰러지는 거라고 난 생각한다. 연애도 그와 같아서 오늘 손을 잡았으면 내일은 키스를 해야하는 거다. 그 끝에는 뭐가 있을까? 난 연애의 종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혼이거나 헤어짐이다. 진산은 거절했다. 두 번이나.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결혼이 싫어서라고 했다. 세 번째로 청혼 했을 때 나는 화를 냈다. 나보다 더 결혼을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하지만 이건 마지막 제안이다. 난 똑같은 소리 세 번 이상 하는 거 싫어한다. 결혼하거나 아니면 헤어지자. 결국 우린 결혼하기로 했다. 진산이 그랬다. 당신이 최상의 선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당신과 헤어지고 또 다른 남자와 다시 만나 연애하고 지지고 볶고 하기 귀찮아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그 정도면 진산이 할 수 있는 최상의 결혼승낙이라고 생각했고, 우린 결혼했다. 지금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그와 비슷한 이유에서다. 이혼하기 귀찮기 때문에...-_- 원래는 결혼식도 안 하려고 했다. 그런 예식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냥 동사무소 가서 신고하면 그만이지 했는데 양가에서 죽어라고 반대했다. 물론 우리는 양가 부모의 반대 따위는 코웃음치고 무시하는 사람들이지만 장모님이 진산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네가 도둑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하시는 데에는 져버렸다. 결혼이라는 게 두 개인의 결합이 아니라 두 집안의 연결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에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게 싫었다. 그래서 가능한한 두 개인의 결합 만으로 만들고 싶었다. 내 부모님과 장인장모님은 결혼식장에서 처음 만났다. 그 전에는 만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나랑 진산이 결혼하는데 부모님이 뭐라고 개입하는 게 싫어서 였다. (여기서 잠시 생각... 숱한 드라마의 소재가 되곤 하는 부모님의 반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그런 결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모랑 의절할 생각 않으면. 내가 사위가 되는 게 싫다는 장인, 혹은 장모랑 어떻게 얼굴 보고 사는가. 난 그런 사람 평생, 결코 안 본다.) 결혼식도 안 하려고 했다가 장모님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했다. 물론 청첩장 같은 것도 안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몇몇에게는 알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집에 있는 컴퓨터와 프린터로 20장쯤 만들었다. 내 하객으로 십여명, 진산의 하객으로 십여명이 왔는데(청첩장 받고 온 사람 말이다) 양가 친척이 40여명이나 와서 식장에는 50여명쯤 모였다. 내쪽으로 청첩장 안 받고 온 사람이 두 명 있었다. 지금 청어람 편집장 하고 있는 장상수하고(얘는 왜 았는지 지금도 미스테리다. 친하지도 않았고 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_- ) 또 하나는 권가야를 따라 온 엄재경이다. -_- 결혼식은 수원의 타워 호텔에서 했는데 당시 우리 팬이긴 했지만 안면은 없었던 얼음칼 형이 거기서 10여분 거리의 회사에 재직하고 있을 때라 그 얼마 후에 만나서 참석하지 못한 걸 무척 아쉬워 했었다. (핫핫) 물론 일반적인 결혼식일 리가 없었다. 마님 되는 법에 그 이야기 썼지만 주례니 뭐니 우리가 생각하기에 의미 없이 형식만 남아 있는 건 다 생략하고 미야자끼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 음악에 맞춰서 입장한 뒤 내내 앉아서 뷔페 형식으로 식을 진행했다. 폐백도 하고싶지 않았는데 작은 형이 절 한 번 하기가 그렇게 싫다는 거냐!라고 호통을 쳐서 하는 수 없이 했다. (여러 번 이야기 했지만 우리 작은 형 주먹 꽤 세다) 식을 그렇게 하는 데에도 자꾸 잔소리 하면 식 안 하고 그냥 살테요라고 부모님은 물론 형들에게까지 위협을 한 덕에 된 거라-그리고 난 위협하면 실제로 그렇게 한다. 내 사전에 블러핑은 없다. -_-+++ 폐백까지 안할 수는 없었다. 일가친척 다 모아놓고, 진산이랑 나는 한복으로 안 갈아입고-진산은 예복이 한복이었고 나는 갈아입기 싫었기 때문에-그냥 한 번 절 하고 끝났다. 신혼여행은 안 갔는데... 내가 여행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진산은 여행은 혼자 가는 게 진짜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혼하면 며칠 휴가를 받는 직장인과 달리-그리고 그때 외에는 휴가 받기 힘든 직장인들과 달리- 우린 아무 때나 내키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마음 동하고 컨디션 괜찮을 때 가면 되지 결혼이라는 피곤한 행사를 벌이고 난 직후 갈 이유가 없었다. 우린 결혼식 끝나고 신혼집에 가서 채팅방에 들어갔다. (훗) 걀혼식 때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초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만 초대했다. 용대운님, 야설록님, 친하게 지내던 몇몇 작가들, 그리고 대학시절 무척 신세를 졌던 장학재단 관계자, 그때 선배 등등이었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인사는 권가야가 했다. 진산을 보더니 나한테 이렇게 말한 거다. 가야:벽돌 색깔이 뭐였어? 좌백:뭐? 가야:당신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저런 미인을 꼬실 리 없잖아. 골목에 숨어 있다가 벽돌로 떼리고 어떻게 했을텐데 그 벽돌 색깔이 뭐였냐는 거지. 좌백:날 당신과 같은 사람으로 보지 마. -_- 그날 엄재경이 동방불패 주제곡을 축가로 불러줬던 것도 기억난다. 핫핫. (아, 근데 이 이야기를 왜 쓰기 시작했지...-_-;) 뭔가 진짜로 할 이야기를 잊어 버린 듯한 느낌.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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