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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저렇게 말한 일이 없다...라는 건 사실이지만 이 문제는 알고보면 그리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딱 그렇게 말한 일은 없지만 그렇게 읽힐 수 있는 말은 했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거든요. 그리고 그건 결국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로 강조되는 법적 안정성-제대로 쓰고있는 용어인지 모르겠는데-의 필요성을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소크라테스의 발언들이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거든요.
아래에서 예로 든 어린이 철학책을 보고 제가 화를 낸 건 소크라테스가 딱 그렇게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저 표현의 원전으로 알려진 부분을 보죠. (소설에 넣느라 타자 쳐놓은 게 있어서 올립니다.) 그 부분은 플라톤이 쓴 대화편들 중 소크라테스 삼부작이라 불리는 [변론], [크리톤], [파이돈] 중 [크리톤]의 끝부분입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변론]은 재판과정, [크리톤]은 탈옥권유를 거절하는 과정, [파이돈]은 사형집행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형집행 전날 소크라테스의 친구이자 제자, 아테네의 부자 중 하나인 크리톤이 탈옥을 권유하러 감옥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대화를 하죠. 글 아래 --- 이런 선을 긋고 빨간 색으로 강조한 것은 제 의견입니다. ----------------- 크리톤: 여보게 소크라테스. 제발 내 말을 듣고 지금도 늦지 않으니 자네 목숨을 건지도록 해주게. 자네가 죽으면 나는 두 번 다시 얻을 수 없는 친구를 잃게 될뿐더러, 우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돈만 쓰면 자네 목숨을 구했을 텐데 그냥 내버려 두었다고 생각할 것일세. 그런데 친구보다 돈을 더 소중히 여겼다고 생각되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 있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가 열심히 원했지만 자네 자신이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고 절대로 믿지 않을 걸세. 소크라테스: 오오, 행복한 크리톤, 어째서 우리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염려해야 하나? 우리가 염려해야 하는 것은 가장 훌륭한 사람들의 생각인데, 그들은 무슨 일이나 행해진 대로 볼 걸세. 크리톤: 지금 자네를 구해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나중에 비난 받을 위험을 무릅쓰겠다고 하고 있네. 심지어 외국에서도 많은 돈을 가지고 온 친구들이 있다네. 자넬 위해서 누구든 아낌없이 돈을 쓸 걸세. 그리곤 외국으로 가는 거지. 자네가 편하고 자유로이 지낼 곳은 얼마든지 있다네. 소크라테스: 사랑하는 크리톤, 자네의 열의는 매우 고마우이. 만일 그것이 옳은 것이기만 하면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열의가 클수록 더욱 위험하지. 그러니 우리는 자네가 제의한 것이 옳은가에 대해 잘 검토해 봐야하네. 나는 내가 스스로 잘 생각해보고 가장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되는 결론만을 따르는 성미 아닌가. 그러니 지금과 같은 처지에 빠졌다고 해서 그러지 않을 수 없지. 자, 이제 여기서 탈옥하는 게 옳은 일인가 생각해보세. 크리톤: 자네 말이 옳네. 오오 소크라테스, 그러면 우린 어떻게 하면 되지? 소크라테스: 좋은 친구여. 함께 생각해보세. 그리고 만일 내 말에 반대할 수 있거든 반대해 주게. 그러면 나는 자네 말을 따르겠네. 크리톤: 그러겠네. -------여기까지 서두. (제가 대충 생략해가며 옮겨놓은 것입니다) 소크라테스: 이렇게 생각해보게. 내가 이제 막 여기서 탈주하고 도망치려 하고 있을 때, 나라의 법률과 국민의 공동체가 나타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말일세. “말해보게. 오오, 소크라테스. 너는 무슨 일을 하려는 건가? 네가 하려는 일은, 멋대로 우리들의 법률과 나라 전체를 파괴하는 것임을 너는 모르는가? 너는 한 나라에서 한번 내려진 판결이 아무 효력이 없어지고 개인에 의하여 전복되어지기를 바라는가?” 여기 대해서 나는 뭐라고 말할까? “그거야 나라가 나에게 부정을 했고, 올바른 판결을 내리지 않은 때문이요”라고 말할까? 크리톤: 물론 그렇게 말해야지. ----소크라테스에게 내려진 판결의 부당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장됩니다. 첫째, 고발내용이 터무니 없었다. 1)신을 믿지 않는다 2)청년들을 타락시킨다 였으니까요. 둘째, 상당수 배심원들이 미리 매수되었다고 믿을 정황이 있다. - 당시 배심원 수는 500명이었습니다만 280 대 220으로 유죄확정, 360 대 140으로 사형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사형선고 시 차이가 더 벌어진 것은 소크라테스가 배심원들 성질을 긁었거든요. -_- 판결이 내려진 후 제자인지 하인인지가 울면서 '이렇게 부당한 판결 때문에 사형을 당하시다니..."라고 하자 소크라테스가 웃으며 "자넨 그럼 내가 정당한 판결 때문에 사형을 당하면 좋겠나"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그럼 국법이 다음과 같이 응수하면 어떻게 할까? “오오 소크라테스. 그런 것까지 우리와 너 사이에 합의를 보았단 말인가? 오히려 나라가 내린 판결은 무엇이나 충실히 지키기로 되어 있지 않았던가? 아테네 사람들 누구나 성인이 되면 우리의 관습과 법률을 보고서 만일 우리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기의 모든 소유물을 가지고 어디든지 자기가 가고싶은 곳으로 가도 좋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우리 국법의 어느 하나도 그렇게 하려는 사람을 막는 일은 없어. 그러나 만일 누구든지 우리가 어떤 모양으로 재판하며 또 그 밖의 나라 일을 처리하는가를 보고서 여기에 머물러 산다고 하면 우리가 명하는 것은 무엇이나 그가 행하기로 동의했다고 주장하네.” 오오, 크리톤. 여기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까? 동의해야 하지 않을까? 크리톤: 그럴 수밖에 없겠지. 소크라테스: “너는 70년동안 이 나라와 법률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살아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의 재판에서도 너는 국외추방을 제안할 수 있었어. 그런데 그땐 사형을 받아도 괜찮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일부러 국외추방보다도 사형을 택했던 거야. 그런데 이제 와서 너는 그때 말한 것엔 아랑곳없이 염치없게 우리 국법을 무시하고 탈주하려 함으로써 국법을 파괴하려 하고 있는 거야. 그것은 국법 아래 네가 살기로 한 동의와 약속을 어기는 거야. 말해보게. 이게 진실인가 아닌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크리톤: 진실이라고 해야겠지. ----소크라테스는 73년의 생애를 통틀어 전쟁에 참전한 두 번 외에는 아테네를 떠난 일이 없었답니다. 이 부분은 사회계약론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국가와 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일이 없고, 다른 나라로 옮겨갈 충분한 여유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국가의 보호 안에서 살았으니 법을 준수할 의무도 있다는 식의 이야긴데... 문화와 언어가 비슷해서 어디 가서 살건 별 문제가 없었던 당시 도시국가들의 현실과는 사뭇 다른 현대에 무조건적으로 해당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듯 합니다. 소크라테스: “그러니 지금 네가 세상을 떠난다면 너는 우리들 국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들에 의하여 누명을 쓰고 떠나는 거야. 그러나 만일 네가 우리와 약속하고 합의한 것들을 저버리고, 네가 조금도 해를 끼쳐서는 안 되는 너 자신과 네 친구들과 네 나라와 우리에게 해를 끼치고 도망간다고 하면 살아있는 너에게 우리의 노여움은 계속될 것이요, 또 저세상에서는 우리의 형제인 하데스의 법률도 너에게 호의를 가지고 맞아들이지 않을 것일세. 네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우리를 파괴하려 한 것을 그들이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크리톤의 말을 듣지 말고 우리의 말을 듣게.” 자, 크리톤, 어떻게 해야 할까? 더 할 말이 있거든 하게. 크리톤: 오오 소크라테스, 난 할 말이 없네. 소크라테스: 그러면 내 생각대로 하세. 신이 우리를 이렇게 인도하고 있으니까. ------------ 제 생각에 소크라테스는 원래 아테네에서 별로 인기가 없었고-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서 사람들을 귀찮게 만들었죠. 특히 예술가나 정치인 같은 유력자들을 귀찮게 해서 결국 '난 아무 것도 모른다' 소위 무지의 지를 고백하게 함으로써 사람들 앞에서 쪽팔리게 했죠. 그래서인지 당시 인기있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고발인 중 한 사람이 됩니다. 다음으론 이런 일들이 똑똑한 몇몇 청년들에게는 매우 재미있는 일로 보였기 때문에 제자가 되어 따라다니면서 저도 모르게 반민주주의적 사상을 갖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두가' 무지하다는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달리 스스로 똑똑함을 자부하는 제자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지하니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 걸지도 모릅니다. -이게 청년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드러나죠. 이게 꼭 틀린 말만은 아닌게 결국 수제자인 플라톤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철인정치-라지만 절대권력을 지닌 왕의 독재'를 주장했죠. 그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소수의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귀족정치가 쵝오-_-b'지만 '잘못 운영되면 참주정이 될 우려가 있으므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제대로 못하는 민주정치가 낫다'고 꼬리를 내리죠. 소크라테스로부터 내려온 엘리트 정신의 발현...일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더구나 역사적 배경으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 알키비아데스가 그의 제자였고, 그 결과 만들어진 스파르타의 꼭두각시 정권을 지배한 것도 그의 제자들이었습니다. 이 정권이 숙청작업을 하면서 무고한 시민들이 많이들 죽었다고 하니 그 정신적 지주인 소크라테스에게 원한을 품었음직도 합니다. 막상 소크라테스는 시민들이 돌아가면서 저 정권의 연락원-숙청을 당하기 위해 출두하라는 명령을 전달하는-을 맡는 날 '누굴 데려오라'는 지시에 불응하고 그냥 집에 돌아가 버림으로써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 며칠 후에 혁명으로 정권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소크라테스도 숙청당했을 거라는 것 또한 학계의 해석. 오랜만에 시간이 난 김에 가쉽에 가까운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았네요. 전에도 몇 번 말한 적이 있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그때 쓴 글들은 다 날렸으니 정리판으로 올려둡니다. 끝으로 그럼 도대체 악법도 법이다 라는 말은 누가 한 거냐에 대한 '~는 말을 하지 않았다'의 저자 김주일씨의 대답. ------- “악법도 법이다”고 말한 이는 서기 2세기께 로마의 법률가 도미누스 울피아누스다. 그런데 왜 우리에겐 엉뚱하게 알려졌을까? 그 첫번째 책임은 1930년대 경성제국대 교수를 지내면서 국내 법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일본 학자 오다카 도모오에게 있다. 그가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악법도 법이다’라는 식으로 해석한 이후 이 해석이 계속 이어지고 강화돼 우리 도덕교과서에까지 실렸다. 두번째로는 민중의 저항을 차단하고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독재 정권의 공작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어떤 법이라도, 정당하지 않은 법이라도, 따라야 한다는...) (출처: 네이버 지식인) -------- p.s. 1 전 김주일씨의 책을 본 일은 없습니다. 저 위에 쓴 건 대학시절에 배운 이야기들입니다. p.s. 2 요즘 오타를 무척 많이 내네요. 재검토 하면서 산더미처럼 발견하고 고쳤습니다만 아직 남은 게 있을지도...(분명히 있을 거야)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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